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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가 되자,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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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제가 얘기 할 주제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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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가가 되자, 지금 당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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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얘기를 꺼내면 이제
    보통 분들이 다 긴장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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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 마음속에 저항을 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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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이 밥 먹여주나, 그리고
    지금 바쁜데 무슨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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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다음에 나는 학교도
    가야 되고, 취직도 해야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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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야될 것도 많고,
    애도 학원 보내야 되고 바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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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은 무슨 예술이냐라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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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당장 우리가 예술가가 될 수
    없는 이유는 수 백가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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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릿속에서 막 떠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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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될 수 없는 이유는 정말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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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되야 할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사실 생각해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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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되야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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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되지 말아야 될
    이유는 아주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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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사람들은 예술이란 말을 들으면 벌써
    이렇게 거부감이 들기 시작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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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예술이라는 것이 엄청난
    재능을 타고났거나,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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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적인 훈련을 아주
    지독하게 받은 사람들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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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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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여기 계신 여러분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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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예술가의 길로부터
    너무나 멀어진 게 아닐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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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실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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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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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오늘 제가 얘기할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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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모두 예술가로 태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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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아이가 있으신 분들은
    금방 알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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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들이 하고 있는 거의
    모든 행위들이 예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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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에다가, 막 벽지에다가
    크레용으로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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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텔레비젼에서 뭐 나오면
    손담비 춤 따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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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다음에 뭐 손담비 춤이라고 사실 할
    수가 없어요. 걔 나름의 어떤 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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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어떤 이상한 춤을 추고,
    또 노래를 부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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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사람들을 괴롭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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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그 수준이라는 것은,
    그 예술의 수준이라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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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애 아니면 사실 견디기 어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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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수준의 예술을
    하루 종일 하고 있기 때문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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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은 모두가 아이들을
    좀 피곤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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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혼자 아이는
    일인극을 막 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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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꿉놀이라는게 사실은 일인극이고,
    어떤 연극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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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어떤 아이들은 나이를 좀 먹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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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짓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 1:52 - 1:55
    부모들이 대체로 아이가
    처음 거짓말을 한 순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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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하고 있는 엄마들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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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격을 받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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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가 드디어 본색이
    드러났구나, 지 아빠 닮아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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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뭐가 될려고 그래!" 막
    이러면서 애를 괴롭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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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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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거짓말을 시작하는 순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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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텔링의 시작입니다.
  • 2:11 - 2:13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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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
    얘길하고 있는 거예요.
  • 2:16 - 2:17
    놀라운 순간이에요.
    경이로운 순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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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들이 경축을 해야 됩니다.
    (웃음)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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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우리 애가... (환호) 우리
    애가 드디어 거짓말을 시작했구나!"
  • 2:24 - 2:26
    야, 경축을 해야 됩니다.
  • 2:26 - 2:30
    예를 들면, "엄마 나 오늘
    놀이방에서 오다가 외계인 만났다?"
  • 2:30 - 2:34
    이러면 보통 엄마들은, "쓸데없는 소릴
    하고 있어" 그러고 막 애를 괴롭히는데
  • 2:34 - 2:37
    그러지 말고, 이상적인
    부모는 이런 부모입니다.
  • 2:37 - 2:40
    "그래? 외계인? 어떻게 생겼는데?
    외계인이 뭐라 그러디?
  • 2:40 - 2:42
    어디서 만났어?"
    "어, 슈퍼 앞에서."
  • 2:42 - 2:45
    뭐 이런 얘기들을 아이랑 주고 받으면
  • 2:45 - 2:49
    아이는 처음에 했던 말도 안되는
    얘기를 책임지기 위해서
  • 2:49 - 2:51
    그 다음 말을 하게 되는 것이죠.
  • 2:51 - 2:53
    그리고 그 다음 말을 하게 되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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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가 전개 되는 겁니다. 이것은
    물론 유치한 그런 스토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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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문장에 의해서 다른 문장을
    생각하고 다른 문장을 생각한다는 것은
  • 3:01 - 3:05
    저같은 전문적인 작가의 일과
    똑같은 일이에요, 사실은.
  • 3:05 - 3:07
    보통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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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랑 바르트가 플로베르의 소설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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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로베르는 소설을 쓴 것이 아니라
  • 3:13 - 3:16
    한 문장과 다른 문장을
    연결했을 뿐이다."
  • 3:16 - 3:18
    그 문장과 문장 사이에 에로스
  • 3:18 - 3:21
    그것이 이제 플로베르 소설의
    본질이다 라고 얘길 했는데
  • 3:21 - 3:23
    그렇습니다. 소설은 기본적으로
    앞의 한 문장을 쓴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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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다음, 그 문장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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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다음 문장을 쓰는 것이죠.
  • 3:28 - 3:30
    이걸 계속해서 연결해 가는 겁니다.
  • 3:30 - 3:32
    이 문장을 한번 보시죠.
  • 3:32 - 3:34
    네. 어디 문장인지 아시겠죠?
  • 3:34 - 3:37
    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의 첫 문장인데
  • 3:37 - 3:40
    저런 감당할 수 없는 문장을
    써놓은 다음에 (웃음)
  • 3:40 - 3:43
    이 문장을 감당하기 위해서
    써내려간 게 사실은
  • 3:43 - 3:47
    현대문학의 걸작인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입니다. 별거 아니예요.
  • 3:47 - 3:50
    이 문장을 썼는데, 아버지한테
    보여드리지 않았죠.
  • 3:50 - 3:52
    프란츠 카프카는 아버지랑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 3:52 - 3:56
    혼자 그 다음 문장을 써 내려 갔죠.
    아버지한테 보여줬으면
  • 3:56 - 3:59
    아버지가, "얘가 드디어 미쳤구나."
  • 3:59 - 4:02
    그렇습니다. 예술은 어느
    정도 미치는 거예요.
  • 4:02 - 4:04
    그리고 그 다음 문장을
    감당해 가는 건데
  • 4:04 - 4:07
    이것은 아이가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그런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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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짓말을 시작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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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스토리텔러로서의
    첫 발을 내딛고 있습니다.
  • 4:11 - 4:14
    이제 아이들은 예술을 합니다.
  • 4:14 - 4:15
    지칠줄 모르고 즐겁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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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며칠 전에 제주도에 갔다 왔는데
  • 4:17 - 4:19
    아이들을 풀어놓으면,
    이제 물에서 막 놀기도 하지만
  • 4:19 - 4:22
    대부분의 아이들이 물을 좋아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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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어떤 아이들은 모래사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 4:25 - 4:27
    거기에서 산도 만들고 바다도,
    바다는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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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을 만들고, 뭐.. 이것저것 사람도
    만들고, 개도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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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들은 말려요.
  • 4:32 - 4:34
    "야 저거 파도가 오면 다 없어져."
  • 4:34 - 4:36
    다시 말해서 무용하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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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쓸데없는 짓이라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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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그런 건 상관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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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드는 순간이 즐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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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 그것을 가지고 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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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누가 시켜서 하는게 아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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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에서 상사가 시킨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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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시킨 것도 없는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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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여러분들도 어렸을 때
  • 4:51 - 4:55
    원초적인 예술의 즐거움을
    느껴본 순간이 분명히 있었을 거예요.
  • 4:55 - 4:56
    제가 학교에서 학생들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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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행복했던 순간에 대해서
    한번 써보라고 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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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학생들이 어렸을 때 경험한
  • 5:02 - 5:05
    원초적인 예술적
    경험에 대해서 얘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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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피아노를 배워서 친구와
    연탄곡을 치던 것.
  • 5:08 - 5:13
    그 다음에, 말도 안되는 촌극을 친구와 같이
    해서 바보가 됐던 경험, 뭐 이런 거.
  • 5:13 - 5:16
    그 다음에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처음 인화하던 순간
  • 5:16 - 5:18
    이런 경험들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합니다.
  • 5:18 - 5:21
    여러분도 그런 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 5:21 - 5:23
    이때까지는 예술이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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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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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은 행복하지 않죠?
    대부분은 힘듭니다.
  • 5:27 - 5:30
    프랑스의 작가 미쉘 뜨루니에가
    명언을 남겼는데요.
  • 5:30 - 5:32
    좀 짓궂은 코멘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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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은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는다.
  • 5:34 - 5:37
    하면 피곤해지는게
    그 증거다." 그쵸? (웃음)
  • 5:37 - 5:38
    본성에 맞으면 왜 피곤해요?
  • 5:38 - 5:40
    노는 건 피곤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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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는 건 밤새 놀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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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을 밤새 하면 잔업수당을 받아야죠.
  • 5:44 - 5:47
    왜? 힘드니까. 몸도 축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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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대체로 자기 즐거움을
    위해서 예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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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이로서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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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라이언트에게 납품하기
    위해서 그림을 그리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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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의 생계비를 벌기 위해서
    피아노를 치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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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그런 아이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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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분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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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분은 가족의 생계비를 벌기 위해서
    전 유럽으로 연주 여행을 떠났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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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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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소년은 뭐 몇 백년 전
    일이니까 예외로 합시다.
  • 6:10 - 6:14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이런
    예술, 이 행복한 놀이가 끝이 납니다.
  • 6:14 - 6:18
    아이들은 학원을 가야 되고,
    학교를 가야 되고, 숙제를 해야 되고
  • 6:18 - 6:21
    물론 피아노 레슨,
    발레 레슨 같은 걸 받긴 하지만
  • 6:21 - 6:23
    더 이상 재미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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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야 되고 경쟁이 개입하고,
    재미 없죠?
  • 6:26 - 6:32
    그런데 초등학생이 되서도 집에
    벽에 색칠같은 걸 계속 하다가는
  • 6:32 - 6:36
    엄마한테 대단히 크게
    야단을 맞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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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그런 것 뿐 아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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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들수록 예술가스럽게 행동하면
  • 6:42 - 6:46
    점점 누군가가 우리를 견제하고
    있다는 생각이 점점 듭니다.
  • 6:46 - 6:52
    탄압을 하게 되고, 올바르게 행동할
    것에 대해 자꾸 요구받게 됩니다.
  • 6:52 - 6:53
    제 사례를 하나 말씀드리면
  • 6:53 - 6:58
    중학교 2학년 때 학교에서
    경복궁으로 사생 대회를 갔는데요.
  • 6:58 - 7:01
    제 나름대로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요.
  • 7:01 - 7:04
    그랬더니 선생님이 오셔가지고 "너
    뭐, 지금 뭐 하고 있냐?" 그래서
  • 7:05 - 7:06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 7:06 - 7:08
    "그런데 왜 까만색만 쓰고 있어?"
  • 7:08 - 7:11
    그래서, 까만 색으로 책을
    열심히 칠하고 있었어요.
  • 7:11 - 7:14
    그랬더니, 제가 이제 말씀 드렸죠.
  • 7:14 - 7:17
    "어두운 밤에 까마귀가
    나무 위에 앉아 있다"고
  • 7:17 - 7:18
    그랬더니 선생님이
  • 7:18 - 7:21
    "어 그래 영하는 참,
    그림에는 재능이 없지만
  • 7:21 - 7:23
    스토리텔러로서의 재능이 있구나?"
  • 7:23 - 7:26
    라고 말씀해주셨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만
  • 7:26 - 7:29
    "이리 나와! 이 자식아!"
    딱 그래 가지고 (웃음)
  • 7:29 - 7:31
    "이리 나와!" 딱 그래 가지고
  • 7:31 - 7:33
    지금 경복궁, 뭐 이런
    경회루 이런 걸 그려야 되는데
  • 7:33 - 7:35
    혼자 까만색을 계속 칠하고 있으니까
  • 7:35 - 7:37
    저를 끌고 나가셨어요.
  • 7:37 - 7:39
    거기 여중생들도 많이 와있었는데
  • 7:39 - 7:41
    한마디로 개망신이었죠.
  • 7:41 - 7:45
    저의 그런 어떤 해명, 설명 뭐
    이런 것은 하나도 먹히지 않았고
  • 7:45 - 7:48
    저는 아주 야단을 많이 맞았습니다.
  • 7:48 - 7:53
    이상적인 선생님이라면 제가
    아까 첨에 말씀드린 것처럼 했겠죠.
  • 7:53 - 7:56
    저의 어떤, 그림의 재능은
    없구나, 김영하란 애가
  • 7:56 - 7:59
    하지만 얘가 좀 말을 지어내는
    재주가 있구나 라고 해서
  • 7:59 - 8:02
    격려를 해줬을텐데, 그런
    선생님은 매우 드물죠.
  • 8:02 - 8:05
    나중에 제가 이제 유럽의
    현대 미술관에 철이 들어서
  • 8:05 - 8:07
    대학생이 된 이후에 가 보니까
  • 8:07 - 8:12
    억울하더라구요. 이런 그림들이
    걸려있어요. (웃음) (박수)
  • 8:12 - 8:17
    아니.. 이런 분들은 바젤
    이런데 막 걸려있는데 말이죠.
  • 8:17 - 8:22
    저는 왜 두들겨 맞고, 그림을
    입에 물고 경복궁 앞에 서 있어야 했는지.
  • 8:22 - 8:25
    이거 보세요. 이거 황토벽지 아닙니까?
    이런 것들이죠.
  • 8:25 - 8:27
    그리고, 현대 미술이란게
    나중에 알고 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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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이 분들은 저처럼
    까마귀 어쩌고 이런
  • 8:29 - 8:32
    촌스런 얘긴 하지 않았습니다.
  • 8:32 - 8:34
    대부분 제목이 다 무제에요.
    언타이틀 이런 건데.
  • 8:34 - 8:37
    어쨌거나, 현대 미술이라는 것은,
    20세기 현대 미술은
  • 8:37 - 8:39
    이상한 짓을 하나 해놓고 나서
  • 8:39 - 8:43
    그 빈공간을 설명과 해석으로
    채우는 작업이에요.
  • 8:43 - 8:45
    제가 했던 거랑 본질적으로 비슷해요.
  • 8:45 - 8:47
    저는 뭐, 물론 아주 낮은 수준이지만
  • 8:47 - 8:50
    예를 들면, 뭐 더 유명한 분을 보자면
  • 8:50 - 8:53
    네. 이거는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인데
  • 8:53 - 8:56
    자전거 안장에다가 핸들을 붙여놓고
  • 8:56 - 8:59
    황소 머리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럴듯 하죠?
  • 8:59 - 9:03
    예, 그 다음에,
    변기를 갖다 놓고 샘이다.
  • 9:03 - 9:05
    레디메이드 샘이다 이렇게 말씀하셨던
  • 9:05 - 9:09
    뒤샹같은 예를 봐도, 이 설명과
    이상한 짓의 간극을 메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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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로 메운다는 것, 이런 것이
    사실은 현대 미술이 했던 일인데
  • 9:13 - 9:15
    피카소는 아예 말로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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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내가 본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생각한 것을 그린다."
  • 9:19 - 9:21
    네, 경회루 안 그려도 된다는 건데
  • 9:22 - 9:26
    이 말을 제가 중2 때 알았으면
    선생님이랑 한번 해 봤을텐데.
  • 9:26 - 9:29
    불행하게도 우리 안에 어린 예술가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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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예술의 압제자들과
    맞서 싸우기 전에
  • 9:32 - 9:35
    이미 질식해서 죽어버립니다.
  • 9:35 - 9:36
    이미 갇혀버려요.
  • 9:36 - 9:38
    그게 우리의 비극입니다.
  • 9:38 - 9:41
    이렇게 어린 예술가가 갇혀 있거나
    추방되거나 죽어있으면
  • 9:41 - 9:43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 9:43 - 9:45
    우리의 욕망이 사라지진 않아요.
  • 9:45 - 9:48
    우리는 자기를 표현하고 싶고
    자기를 드러내고 싶은데
  • 9:48 - 9:53
    이렇게 됨으로써 자꾸, 다소 음습한
    양상으로 예술적 욕망이 드러나게 되는데
  • 9:53 - 9:55
    노래방에 가서 꼭 이런
    노래 부르는 분들 있어요.
  • 9:55 - 9:58
    쉬즈곤(She's gone)이나
    호텔 캘리포니아 이런 거
  • 9:58 - 10:00
    하, 그 기타리프 같은 거 하면서
  • 10:00 - 10:03
    대부분은 민폐죠. 민폔데
  • 10:03 - 10:05
    그런 막 락커가 되는 분들이 계시죠.
  • 10:05 - 10:07
    아니면 무도장에서 스텝을 밟거나
  • 10:07 - 10:11
    또는 스토리텔링을 했으면
    훨씬 즐거웠을 분들이
  • 10:11 - 10:14
    밤새 악플을 단다거나 뭐 이런
  • 10:14 - 10:17
    음습한 방향으로 글쓰기가
    나타나게 됩니다.
  • 10:17 - 10:19
    가끔 그래서 애들 노는거 봐주시다가
  • 10:19 - 10:21
    자기가 더 흥분하는 아빠들이 있어요.
  • 10:21 - 10:24
    레고 블럭, 뭐 프라 모델
    이런거 하다가 (웃음)
  • 10:24 - 10:26
    "가만 있어봐. 아빠가
    할께" 이렇게 하고서는
  • 10:26 - 10:28
    애는 벌써 흥미를 잃고 딴 데 갔는데
  • 10:28 - 10:31
    아빠 혼자 뭐 성도 만들고,
    뭐 다 만들고 있어요.
  • 10:31 - 10:36
    이런 우리 마음속 예술적 충동이
    억눌렸을 뿐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인데
  • 10:36 - 10:38
    부정적인 방향으로도 나타납니다.
  • 10:38 - 10:40
    대체로 시기심으로 나타납니다.
  • 10:40 - 10:45
    이 노래 있죠? "텔레비젼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왜 좋아요?
  • 10:45 - 10:49
    텔레비젼에는 우리가 되고 싶은,
    우리가 하고 싶은
  • 10:49 - 10:51
    그러나 하지 못한 것들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 10:51 - 10:54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고 뿐만 아니라
  • 10:54 - 10:57
    그걸 하면 할수록 칭찬을 받아요.
  • 10:57 - 11:00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맹렬하게
    질투하기 시작합니다.
  • 11:00 - 11:04
    그래서 리모콘을 든 독재자가
    되서 욕을 하기 시작하죠.
  • 11:04 - 11:07
    "야 저게 연기냐? 발연기다.
  • 11:07 - 11:10
    뭐 저런, 저게 노래냐?
    뭐, 노래도 못하는게 무슨 가수냐?"
  • 11:10 - 11:12
    뭐 이런 얘기들을 이제 하게 됩니다.
  • 11:12 - 11:15
    우리 마음 속에 시기심이란 것은,
    우리가 사악해서가 아니라
  • 11:15 - 11:20
    우리 마음 속에 이런 어린
    예술가들이 갇혀있기 때문에
  • 11:20 - 11:23
    나타나는 현상이다 라고 저는
    이제 생각하는 것이죠.
  • 11:23 - 11:25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될 것이냐?
  • 11:25 - 11:26
    네, 그렇습니다.
  • 11:26 - 11:29
    지금 당장, 우리 자신의 예술을
    시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11:29 - 11:31
    당장 텔레비젼을 끄고
  • 11:31 - 11:32
    인터넷 접속을 끄고, 끊고
  • 11:32 - 11:35
    일어나서 뭔가를 시작하면 됩니다.
  • 11:35 - 11:37
    제가 연극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 11:37 - 11:40
    제가 가르친 과목은 아니지만,
    연극학이라는 과목이 있었어요.
  • 11:40 - 11:44
    이 과목은, 연극원에 들어온 학생들
    모두가 연극을 한 편 올려야 되요.
  • 11:44 - 11:48
    단, 연기로 들어온 학생들은
    연기를 해선 안돼요.
  • 11:48 - 11:50
    그 학생들은 예를 들면 극작을 한다거나
  • 11:50 - 11:53
    글을 잘 써서 들어온 학생들은
    무대 미술을 한다거나
  • 11:53 - 11:55
    무대 미술을 하러 들어온
    학생들은 연기를 한다거나 해서
  • 11:55 - 11:56
    연극을 만드는 겁니다.
  • 11:56 - 11:59
    학생들이 처음에는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하지만
  • 11:59 - 12:00
    나중엔 너무너무 즐거워요.
  • 12:00 - 12:03
    연극 시켜가지고
    싫어하는 사람들 거의 못 봤어요.
  • 12:03 - 12:07
    학교, 군대, 심지어 정신병원에서도
    아마 시키면 대단히 즐겁게 할 겁니다.
  • 12:07 - 12:09
    저는 군대에서도 봤고
  • 12:09 - 12:12
    여러 곳에서 연극을 하면서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봤어요.
  • 12:12 - 12:15
    그 다음에, 제가 이런 경험도 있는데
  • 12:15 - 12:19
    글 쓰기 수업을 할 때, 학생들한테
    이렇게 과제를 내줍니다.
  • 12:19 - 12:21
    이렇게 학생들이 모여있죠?
  • 12:21 - 12:25
    그런데 글을 쓰는, 글이 전공이
    아닌 학생들도 많아요.
  • 12:25 - 12:27
    미술하는 학생들,
    음악하는 학생들, 많죠.
  • 12:27 - 12:30
    이 학생들은 글을 자기가
    못 쓸 거라고 생각해요.
  • 12:30 - 12:33
    그래서 제가 백지를 나눠주고
    주제를 하나 줍니다.
  • 12:33 - 12:35
    예를 들면, 주제는 뭐 간단한 거예요.
  • 12:35 - 12:37
    어렸을 때 가장 불행했던
    경험에 대해서 써라.
  • 12:37 - 12:40
    대신에 미친 듯이 써야 되요.
  • 12:40 - 12:41
    미친듯이.
  • 12:41 - 12:44
    제가 다니면서 독려합니다. 독려해서
  • 12:44 - 12:48
    "빨리 써!" 이렇게. 미친듯이 두 시간이면
    두 시간, 한 시간이면 한 시간 동안
  • 12:48 - 12:51
    처음에 한 5분 정도만 상을
    가다듬고 써내려 가는 거예요.
  • 12:51 - 12:54
    제가 이렇게 미친듯이 글쓰기
    수업을 시키는 이유는
  • 12:54 - 12:57
    천천히 쓰면서 생각이 많아지면요.
  • 12:57 - 12:59
    우리 마음속에 예술가의
    악마가 나타납니다.
  • 12:59 - 13:03
    이 악마는 글을 쓸 수 없게
    만드는 수백 가지 이유
  • 13:03 - 13:06
    네가 글을 쓸 수 없는
    수백 가지 이유들을 얘기하면서
  • 13:06 - 13:09
    "남들이 너를 비웃을 거야.
    이건 글이 아니야!
  • 13:09 - 13:11
    이게 문장이냐? 글씨를 봐라!"
  • 13:11 - 13:12
    뭐 여러가지 말들을 합니다.
  • 13:12 - 13:15
    이 악마가 따라오지 못하게
    빨리 달려야 되요.
  • 13:15 - 13:19
    제가 한예종에서 봤던 정말 좋은 글들은
  • 13:19 - 13:21
    시간을 충분히 준
    과제에서 본 게 아니라
  • 13:21 - 13:25
    학생들이 그렇게 40분 동안,
    한 시간 동안 앉아서
  • 13:25 - 13:28
    제 앞에서 연필로 쓴
    글들에서 발견했던 거예요.
  • 13:28 - 13:30
    그 학생들이 어떤 몰아지경에 빠져요.
  • 13:30 - 13:35
    나중에 30분 40분 되면은
    뭘 쓰는지도 모르고 막 씁니다.
  • 13:35 - 13:38
    그러나 그 순간에는 우리를
    방해하는 악마가 나타나지 않죠.
  • 13:38 - 13:40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 13:40 - 13:43
    예술가가 될 수 없는
    수백 가지의 이유가 아니라
  • 13:43 - 13:48
    되야만 하는 자기만의 단 한 가지 이유가
    한 사람을 예술가로 만드는 거예요.
  • 13:48 - 13:50
    될 수 없는 이유는 중요하지 않아요.
  • 13:50 - 13:52
    대부분의 예술가가 그렇게
    해서 예술가가 된 겁니다.
  • 13:52 - 13:56
    이제 우리가 마음속의 악마를 잠재우고
    자기 예술을 시작하려고 할 때
  • 13:56 - 13:58
    이제 적들이 바깥에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 13:58 - 14:02
    대부분 부모님의 얼굴을 하고
    있을 때가 많아요. (웃음)
  • 14:02 - 14:04
    그 다음에 배우자의 얼굴을
    하고 있을 때도 있지만
  • 14:04 - 14:07
    그들은 여러분의 부모나
    배우자가 아니예요.
  • 14:07 - 14:08
    악마에요. (웃음)
  • 14:08 - 14:09
    악마입니다.
  • 14:09 - 14:11
    잠시 변신해서 우리 지구에 내려와서
  • 14:11 - 14:15
    여러분의 예술가 행을, 예술가가
    되려는 걸 막고있는 사람들인데
  • 14:15 - 14:17
    이 분들에게는 마법의 질문이 있어요.
  • 14:17 - 14:20
    그게 뭐냐 하면, 우리가
    "나 연극을 좀 해볼까봐
  • 14:20 - 14:23
    구청에서 하는 연극 무슨
    학교가 있는데 가볼까봐" 라든가
  • 14:23 - 14:25
    "이태리 가곡을 배울까봐." 그러면
  • 14:25 - 14:28
    "어 그래? 연극?
    그거 해서 뭐할려고 그래?"
  • 14:28 - 14:29
    마법의 질문이에요.
  • 14:29 - 14:31
    "그거 해서 뭐할려고
    그래?" 이렇게 물어봅니다. (웃음)
  • 14:31 - 14:35
    그런데, 예술이라는 것은 뭘
    해서 뭘 하려는게 아니죠.
  • 14:35 - 14:37
    예술은 최종의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 14:37 - 14:39
    그것은 우리 영혼을 구원하고
  • 14:39 - 14:41
    우리가 즐겁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거예요.
  • 14:41 - 14:44
    술과 약물의 도움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 14:44 - 14:47
    자기 표현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죠.
  • 14:47 - 14:51
    그래서 이런 질문에 대해서, 이런
    실용주의자들의 질문에 대해서
  • 14:51 - 14:54
    우리는 담대하게 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 14:54 - 14:56
    "그냥 즐거워서 하는거야,
    재밌어서 하는 거야.
  • 14:56 - 14:58
    미안해, 나만 재밌어서.
  • 14:58 - 15:02
    내가 좀 먼저 할께" 라고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야 된다는 겁니다.
  • 15:02 - 15:05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미래는
  • 15:05 - 15:07
    우리 모두가 어떤 다중의
    정체성을 갖는 것인데
  • 15:07 - 15:11
    이 정체성 중에 하나만이라도
    예술가가 되는 거예요.
  • 15:11 - 15:13
    제가 뉴욕에 갔는데 택시를 탔어요.
  • 15:13 - 15:14
    택시 이제 뒷 좌석에 타죠.
  • 15:14 - 15:18
    타면 이 앞에 붙어있는데,
    연극 뭐 관련한 게 붙어있어요 .
  • 15:18 - 15:19
    그래서 "이게 뭐냐?" 그랬더니
  • 15:19 - 15:20
    자기 프로필이래요.
  • 15:20 - 15:23
    "당신 그럼 뭐냐?"
    그랬더니 연극배우래요.
  • 15:23 - 15:24
    택시기사지만 연극을 해요.
  • 15:24 - 15:27
    그래서 "무슨 배역을 주로 하냐?"
    그랬더니
  • 15:27 - 15:29
    자랑스럽게 자기는 리어왕을 한대요.
  • 15:29 - 15:30
    오, 리어왕.
  • 15:30 - 15:32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 15:32 - 15:33
    리어왕의 멋진 대사죠?
  • 15:33 - 15:36
    바로 그런 세상이
    제가 꿈꾸는 세상이에요.
  • 15:36 - 15:39
    이 사람이 낮에는 골프
    선수이면서 밤에는 작가이고
  • 15:39 - 15:42
    택시 기사이면서 연극 배우이고,
    은행원이면서 화가
  • 15:42 - 15:44
    그러면서 은밀하게 또는 공개적으로
  • 15:44 - 15:47
    우리가 우리의 예술을
    해 나가는 것이죠.
  • 15:47 - 15:52
    1990년에 현대 무용의 전설적인
    거장인 마사 그레엄이 한국에 왔어요.
  • 15:52 - 15:54
    김포공항에 휠체어를 타고
  • 15:54 - 15:58
    이 90이 넘은 이 거장이
    입국하는 장면을 봤는데
  • 15:58 - 15:59
    기자가 물어 봤어요.
  • 15:59 - 16:01
    기자들은 보통 이제
    그런 질문들을 많이 하죠.
  • 16:01 - 16:03
    "무용을 잘 할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 16:03 - 16:04
    (웃음)
  • 16:04 - 16:06
    "한국의 무용학도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 16:06 - 16:11
    예, 거장인데. 이게 48년도에 찍은
    사진인데 벌써 이때도 이미 거장이셨는데
  • 16:11 - 16:13
    90년에 그렇게 물어봤던 겁니다.
  • 16:13 - 16:16
    자. 그랬더니 이분이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 16:16 - 16:18
    "JUST DO IT"
  • 16:18 - 16:20
    (웃음)
  • 16:20 - 16:22
    야... 감동적이었어요.
  • 16:22 - 16:26
    그 딱 세 단어를 얘기하고는
    바로 입국장을 나가셨는데
  • 16:26 - 16:29
    자,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 16:29 - 16:33
    예술가가 되자, 당장.
    지금 당장입니다. 어떻게?
  • 16:33 - 16:34
    JUST DO IT 입니다.
  • 16:34 - 16:35
    감사합니다.
  • 16:35 - 16:37
    (박수)
Title:
예술가가 되자, 지금 당장!
Speaker:
김영하(Young-ha Kim)
Description:

우리는 왜 더 이상 놀지도 못하고 창조적이지도 못하게 되는 걸까요? 해학과 매력이 넘치는 이 강연에서, 저명한 한국인 작가 김영하가 세계적으로 위대한 예술가들을 인용하며 각자의 마음 속에 숨어있는 -영원히 놀고자 하는 예술적- 어린이다움을 발산하라고 촉구합니다. TEDxSeoul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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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deo Language:
Korean
Team:
closed TED
Project:
TEDTalks
Duration:
16:57

Korean subtit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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