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00:00,000 --> 00:00:01,460 세 살 위의 누나와 손을 잡고 2 00:00:01,460 --> 00:00:03,350 버스 종점에 가서 매일 저녁마다 3 00:00:03,360 --> 00:00:05,080 막차에서 내리는 어머니를 기다렸습니다 4 00:00:05,500 --> 00:00:07,810 현실의 어머니는 5 00:00:08,240 --> 00:00:09,411 죄송합니다 6 00:00:10,525 --> 00:00:12,985 아침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심정으로 7 00:00:12,985 --> 00:00:14,235 출근을 해야 했습니다 8 00:00:14,235 --> 00:00:16,166 매일 밤마다 술을 마시면서 9 00:00:16,166 --> 00:00:18,170 이튿날 아침엔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10 00:00:18,170 --> 00:00:18,910 그런데 여러분 11 00:00:18,910 --> 00:00:19,630 제가 지금은 12 00:00:19,630 --> 00:00:22,040 대한민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CEO로 13 00:00:22,040 --> 00:00:24,220 3년 연속 선정되었습니다 14 00:00:24,220 --> 00:00:26,167 빈손으로 여겨지던 그때 15 00:00:26,167 --> 00:00:27,287 친구가 해준 한마디가 16 00:00:27,287 --> 00:00:29,037 제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17 00:00:34,107 --> 00:00:38,107 [박수] 18 00:00:38,523 --> 00:00:42,523 지금부터 13년 전 제 나이 마흔에 접어들었을 때 19 00:00:42,577 --> 00:00:45,687 저는 한없이 추락하고 있었습니다 20 00:00:46,369 --> 00:00:48,269 저는 대기업을 다니다가 21 00:00:48,389 --> 00:00:52,329 3년 반 만에 벤처 기업으로 이직을 했습니다 22 00:00:52,747 --> 00:00:58,107 이직한 회사를 당시 코스닥 최고 공모가로 IPO를 시키면서 23 00:00:58,201 --> 00:01:01,263 회사에서 일약 스타가 되었고요 24 00:01:01,263 --> 00:01:05,263 30대 중반의 나이에 회사의 최연소 팀장이 되었습니다 25 00:01:05,503 --> 00:01:08,930 학창 시절에도 늘 선생님들의 관심을 받았고 26 00:01:08,930 --> 00:01:11,005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그랬습니다 27 00:01:11,005 --> 00:01:13,153 저는 가는 곳마다 주인공이었고 28 00:01:13,153 --> 00:01:15,314 상사들의 총애를 받았습니다 29 00:01:15,757 --> 00:01:19,029 그렇게 언제까지나 승승장구할 줄 알았던 제가 30 00:01:19,029 --> 00:01:22,329 마흔의 나이에 큰 좌절을 경험하게 됩니다 31 00:01:22,342 --> 00:01:24,400 당시 회사는 은행에 32 00:01:24,400 --> 00:01:28,400 1,800억원이라는 큰돈을 물어주게 되었습니다 33 00:01:28,520 --> 00:01:31,742 저는 이일을 수습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34 00:01:31,742 --> 00:01:34,530 공장으로 좌천이 되었습니다 35 00:01:34,775 --> 00:01:39,125 저는 가족들과 떨어져서 공장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36 00:01:39,125 --> 00:01:41,108 조선족 근로자들과 함께 37 00:01:41,108 --> 00:01:43,958 하루 종일 장비를 조립했습니다 38 00:01:44,205 --> 00:01:49,489 하루는 공장장님이 퇴직하게 되셔서 송별 회식이 열렸습니다 39 00:01:49,489 --> 00:01:53,371 본사에 제가 기획팀장으로 근무할 때 친하게 지내셨던 분이라서 40 00:01:53,371 --> 00:01:56,049 저를 특별히 초대하셨습니다 41 00:01:56,258 --> 00:01:59,229 그런데 회식 자리에서 공장 간부 한 분이 42 00:01:59,229 --> 00:02:03,229 저 끝에 앉아 있는 저를 발견하고 이렇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43 00:02:03,244 --> 00:02:05,494 넌 거기 왜 와서 앉아 있노? 44 00:02:05,494 --> 00:02:07,947 술이나 한잔 먹고 얼른 가라 45 00:02:08,738 --> 00:02:11,501 근데 자존심도 되게 상하고 46 00:02:11,501 --> 00:02:16,047 저를 공장으로 내려보낸 사장님이 원망스럽기도 한 마음에 47 00:02:16,047 --> 00:02:21,836 그날 밤에 기숙사 방에 와서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었습니다 48 00:02:21,986 --> 00:02:24,445 공장에서 체육대회가 열렸는데요 49 00:02:24,445 --> 00:02:26,713 제가 맨 뒷줄에 서 있었거든요 50 00:02:26,713 --> 00:02:28,835 근데 묘한 기시감이 들었어요 51 00:02:28,835 --> 00:02:32,635 왜냐면 제가 본사의 기획팀장으로 재직할 때 52 00:02:32,635 --> 00:02:36,521 회사의 모든 행사를 제가 단상에 올라와서 주관을 했고 53 00:02:36,521 --> 00:02:37,455 사회를 봤고 54 00:02:37,455 --> 00:02:42,261 그랬던 제가 지금은 맨 뒷줄에서 있는 아웃사이더가 된 것입니다 55 00:02:42,261 --> 00:02:45,151 단상 위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동료를 보면서 56 00:02:45,152 --> 00:02:48,482 박진영이 부른 '네가 사는 그 집' 가사가 떠올랐어요 57 00:02:48,501 --> 00:02:52,774 "네가 서 있는 그 자리가 내 자리였어야 돼" 58 00:02:52,774 --> 00:02:56,774 근데 저 없이도 행사가 너무 잘 진행되는 거예요 59 00:02:56,774 --> 00:02:57,974 허망했습니다 60 00:02:57,974 --> 00:02:59,270 배신감도 들었고요 61 00:02:59,698 --> 00:03:02,920 저는 회사에서 아무 존재감이 없는 존재로 62 00:03:02,920 --> 00:03:05,425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의 나락으로 63 00:03:05,425 --> 00:03:07,352 서서히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64 00:03:07,352 --> 00:03:11,669 제 마음은 상사와 동료의 대한 불만과 억울함으로 65 00:03:11,669 --> 00:03:13,956 가득 차 있었습니다 66 00:03:14,136 --> 00:03:20,075 근데 여러분 제가 지금은 DR.G라는 화장품 브랜드의 대표가 되었습니다 67 00:03:20,510 --> 00:03:24,510 최근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CEO로 68 00:03:24,510 --> 00:03:26,350 3년 연속 선정이 69 00:03:26,350 --> 00:03:28,630 [박수] 70 00:03:28,630 --> 00:03:33,415 그리고 요즘 직장인들이 많이 하는 링크드인이라는 플랫폼이 있습니다 71 00:03:33,698 --> 00:03:38,562 지난 5개월 동안 제가 올린 글이 300만 뷰를 기록을 했습니다 72 00:03:38,592 --> 00:03:43,112 그래서 링크드인에서는 나름 좀 유명한 인플루언서가 되었는데요 73 00:03:43,172 --> 00:03:48,335 과연 지난 13년 동안 저에게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요 74 00:03:48,430 --> 00:03:51,230 인생의 문제들과 고난이 75 00:03:51,230 --> 00:03:54,390 그 해답이 외부에 있지 않더라고요 76 00:03:54,457 --> 00:03:55,907 제 안에 있었습니다 77 00:03:55,907 --> 00:03:57,869 지난13년을 돌아보면 78 00:03:58,008 --> 00:04:00,324 제 안에 있는 답을 찾아서 79 00:04:00,324 --> 00:04:05,678 전혀 다른 저로 변화하기 위한 몸부림의 시간이었습니다 80 00:04:05,888 --> 00:04:09,098 그 시작이 된 날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81 00:04:09,135 --> 00:04:10,935 공장에 근무하던 시절이었습니다 82 00:04:11,045 --> 00:04:14,082 하루는 한밤중에 화장실을 가려고 83 00:04:14,192 --> 00:04:18,502 기숙사 방문을 나가려다가 문턱에 걸려서 넘어질 뻔했습니다 84 00:04:18,512 --> 00:04:20,762 실수로 제가 스마트폰 플래시를 얼굴에 85 00:04:20,762 --> 00:04:24,816 제 얼굴에 비추는 바람에 순간적으로 앞이 안 보였던 겁니다 86 00:04:24,886 --> 00:04:28,706 그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제가 여기 왜 와 있는지 87 00:04:28,764 --> 00:04:33,262 그동안 저는 인생의 스포트라이트를 저한테만 비춘 겁니다 88 00:04:34,234 --> 00:04:36,969 저만 주인공이고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89 00:04:36,969 --> 00:04:41,069 저를 빛나게 해 주기 위한 엑스트라 있던 겁니다 저에게 90 00:04:41,170 --> 00:04:44,250 마흔의 나이에 공장에 내려와서 91 00:04:44,273 --> 00:04:47,263 문턱에 걸려 넘어질 뻔하고서야 92 00:04:47,263 --> 00:04:49,913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93 00:04:50,245 --> 00:04:53,266 드높은 자존심 하나로 태양을 향해서 94 00:04:53,705 --> 00:04:55,696 하늘을 달리려던 저는 95 00:04:55,726 --> 00:04:59,781 이카로스가 되어서 땅에 형편 없이 곤두박질 쳐진 겁니다 96 00:04:59,841 --> 00:05:02,362 이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았고 97 00:05:02,362 --> 00:05:04,676 바닥을 이제 한번 쳐 봤으니까 98 00:05:04,676 --> 00:05:07,442 올라갈 일만 남은 줄 알았어요 99 00:05:07,442 --> 00:05:11,032 그런데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더라고요 100 00:05:11,109 --> 00:05:14,747 잠깐의 깨달음으로 제가 바뀌지는 못했습니다 101 00:05:14,812 --> 00:05:18,890 그렇게 저는 공장에서 8개월이라는 시간을 보냈고요 102 00:05:18,987 --> 00:05:22,241 아무리 기다려줘도 본사에서 저를 다시 불러들이지 않길래 103 00:05:22,241 --> 00:05:26,336 하루는 한밤중에 사장님 숙소로 찾아갔습니다 104 00:05:26,516 --> 00:05:28,606 이제 이 정도면 105 00:05:28,606 --> 00:05:31,355 저를 다시 본사로 불러주실 때가 되지 않았냐 106 00:05:31,475 --> 00:05:35,495 곧 따지듯이 대들었더니 저에게 돌아온 대답이 107 00:05:35,512 --> 00:05:39,512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계열사로의 발령이 났습니다 108 00:05:40,203 --> 00:05:42,869 공장에서 몇 달만 참고 기다리면 109 00:05:42,869 --> 00:05:47,229 저를 다시 불러 주리라는 희망은 무참히 깨졌고요 110 00:05:47,248 --> 00:05:48,968 그때 저는 무너지게 됩니다 111 00:05:48,981 --> 00:05:52,981 저의 지하 2층 생활의 시작이었습니다 112 00:05:53,453 --> 00:05:56,267 남동공단에 있는 계열사로 발령을 받은 저는 113 00:05:56,267 --> 00:05:58,723 매일 밤마다 술을 마시면서 114 00:05:58,764 --> 00:06:01,494 이튿날 아침에 출근을 하지 않았습니다 115 00:06:01,515 --> 00:06:03,555 그렇게 3개월을 보내던 저는 결국 116 00:06:03,555 --> 00:06:06,255 회사에서 내쫓기게 됩니다 117 00:06:06,394 --> 00:06:08,624 집에도 얘기도 못했고요 118 00:06:08,674 --> 00:06:12,704 회사에서 휴가받았다 그러고 가족들과 여행을 다녔습니다 119 00:06:12,763 --> 00:06:16,763 다행히 제 첫 직장이던 대림코퍼레이션에서 120 00:06:16,802 --> 00:06:19,757 제가 모셨던 김장진 상무님께서 121 00:06:19,947 --> 00:06:23,521 본인이 당시에 근무하던 회사로 저를 다시 불러 주셨습니다 122 00:06:23,750 --> 00:06:27,750 저는 새로운 마음으로 회사에 출근했습니다 123 00:06:27,770 --> 00:06:31,290 이제부터 다시 잘해야 되겠다 124 00:06:31,290 --> 00:06:33,050 그런데 그게 125 00:06:33,250 --> 00:06:37,556 지하 3층으로 가는 출입문이 될 줄이라고 꿈에도 몰랐어요 126 00:06:37,780 --> 00:06:41,530 당시에 그 회사는 IPO 하기 위해서 저를 이제 불러 주셨는데 127 00:06:41,530 --> 00:06:44,940 가보니까 회사가 IPO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128 00:06:44,973 --> 00:06:48,182 결국 저는 마흔이 넘은 나이에 129 00:06:48,209 --> 00:06:52,209 인생에서 처음으로 해외 영업이라는 업무를 하게 됩니다 130 00:06:52,506 --> 00:06:54,987 문과 출신에 그동안 했던 일은 131 00:06:54,987 --> 00:06:58,360 회계나 기획 업무처럼 관리 쪽에 업무만 했었는데 132 00:06:58,420 --> 00:07:01,975 제가 갑자기 통신 분야의 기술 영업을 133 00:07:01,975 --> 00:07:05,225 그것도 외국인들을 상대로 영어로 하게 됩니다 134 00:07:05,245 --> 00:07:08,694 우리나라로 치면 KT SK텔레콤에 근무하는 135 00:07:08,694 --> 00:07:12,260 정통 엔지니어들한테 가서 제가 영업을 해야 하는 거였죠 136 00:07:12,520 --> 00:07:16,250 저는 매일 낮아지는 자존감에 무너져 내렸고요 137 00:07:16,469 --> 00:07:19,923 회사에서 저의 존재감은 갈수록 작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138 00:07:19,923 --> 00:07:24,253 결국 공황장애라는 무서운 병에 걸리게 됩니다 139 00:07:24,510 --> 00:07:28,010 불현듯 찾아오는 공황장애를 무릅쓰고 140 00:07:28,536 --> 00:07:32,536 아침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심정으로 출근해야 했습니다 141 00:07:32,788 --> 00:07:35,151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었습니다 142 00:07:35,151 --> 00:07:39,746 당시에 저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에 다니는 143 00:07:39,746 --> 00:07:43,133 두 아이를 둔 외벌이 가장이었습니다 144 00:07:43,457 --> 00:07:47,577 죽지 못해서 겨우 버티는 나날이 계속되었습니다 145 00:07:47,651 --> 00:07:50,473 당시에 회사는 강서구 가양동에 있었고요 146 00:07:50,473 --> 00:07:53,365 집은 용인 민속촌 앞에 있었습니다 147 00:07:53,365 --> 00:07:55,125 아침 6시에 집에서 나와서 148 00:07:55,125 --> 00:07:59,154 51-1번 버스를 타고 강남역에 와서 9호선으로 갈아타고 149 00:07:59,154 --> 00:08:01,646 회사에 도착하면 8시 반이었습니다 150 00:08:02,165 --> 00:08:04,165 저녁 6시에 회사에서 나와서 151 00:08:04,165 --> 00:08:06,375 강남역에 와서 다시 버스를 타고 집에 가면 152 00:08:06,415 --> 00:08:08,495 저녁 8시 40분이었습니다. 153 00:08:08,628 --> 00:08:12,292 그렇게 하루에 다섯 시간 이상 걸리는 출퇴근 시간에 154 00:08:13,052 --> 00:08:15,567 저는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155 00:08:15,567 --> 00:08:18,147 살기 위해서 읽었습니다 156 00:08:18,271 --> 00:08:22,171 그렇게 3년 동안 읽은 책이 천 권이 넘었습니다 157 00:08:22,243 --> 00:08:24,038 그런데 여러분 158 00:08:24,038 --> 00:08:27,852 여기서 제가 제 자신의 과거를 만나게 됩니다 159 00:08:28,232 --> 00:08:33,318 제 안에 있는 어린 시절의 가족 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 160 00:08:33,731 --> 00:08:36,501 그거 때문에 직장 상사를 볼 때마다 161 00:08:36,501 --> 00:08:38,234 아버지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162 00:08:38,278 --> 00:08:40,474 그리고 또 다른 상처가 하나 있더라고요 163 00:08:40,474 --> 00:08:42,999 제 무의식을 가만히 들여다보니까 164 00:08:43,079 --> 00:08:48,511 다섯 살 때 아버지를 피해서 집을 나가셨던 어머니 기억이 떠올랐어요 165 00:08:49,283 --> 00:08:52,591 저는 세 살 위에 누나를 손 붙잡고 166 00:08:52,591 --> 00:08:55,449 매일 저녁에 버스 종점에 가서 167 00:09:02,854 --> 00:09:05,874 [박수] 168 00:09:06,491 --> 00:09:10,796 세 살 위에 누나와 손을 잡고 버스 종점에 가서 매일 저녁마다 169 00:09:10,796 --> 00:09:14,796 막차에서 내리는 어머니를 기다렸습니다 170 00:09:14,835 --> 00:09:19,055 현실의 어머니는 석 달 후에 집에 돌아오셨지만 171 00:09:19,488 --> 00:09:23,248 제 마음속에는 아직도 집 나간 어머니를 기다리면서 172 00:09:23,494 --> 00:09:26,089 이불 안에 시달리고 있는 173 00:09:26,089 --> 00:09:28,956 다섯 살짜리 꼬마가 살고 있었습니다 174 00:09:31,779 --> 00:09:35,412 게다가 제 아내는 저보다 일곱 살 많은 형에 대한 175 00:09:35,412 --> 00:09:40,097 어머니의 편애로 인한 열등감과 컴플렉스까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176 00:09:40,097 --> 00:09:41,617 이런 성장 과정에서 177 00:09:41,617 --> 00:09:44,442 제 마음 안에는 미쳐 자라지 못한 178 00:09:44,442 --> 00:09:47,417 상처투성이의 어린아이가 살고 있더라고요 179 00:09:47,528 --> 00:09:49,791 그래서 저는 덩치만 커진 180 00:09:49,791 --> 00:09:52,568 넥타이 맨 어린아이가 돼 버린 181 00:09:52,568 --> 00:09:54,425 저 자신을 발견했던 것입니다 182 00:09:54,440 --> 00:09:58,335 저는 가는 곳마다 직장 상사에 대한 반감과 분노로 183 00:09:58,335 --> 00:10:01,661 똘똘 뭉친 골칫덩어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184 00:10:01,661 --> 00:10:04,592 상사들이 처음에는 저를 정말 예뻐하시다가 185 00:10:04,592 --> 00:10:08,865 나중에는 골칫덩어리로 생각하고 밀어낸 게 186 00:10:08,865 --> 00:10:11,254 상사의 탓이 아니었습니다 187 00:10:11,254 --> 00:10:13,208 문제는 제 안에 있었습니다 188 00:10:13,278 --> 00:10:18,553 여러분도 혹시 저와 같은 상황을 겪어 보신 분은 없으신가요 189 00:10:18,750 --> 00:10:21,613 동료나 상사, 타인이 아니라 190 00:10:21,613 --> 00:10:25,406 내 안에 있는 상처를 한번 들여다보기를 바랍니다 191 00:10:25,459 --> 00:10:28,100 그 안에 해답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192 00:10:28,279 --> 00:10:32,240 다 잃어버린 것 같은 빈손으로 여겨지던 그때 193 00:10:32,240 --> 00:10:34,371 아직 제가 가진 게 하나 있었어요 194 00:10:34,371 --> 00:10:35,750 친구였습니다 195 00:10:36,039 --> 00:10:37,618 그 친구가 그리고 196 00:10:37,648 --> 00:10:41,710 그 친구가 해준 그 한마디가 제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는데요 197 00:10:41,758 --> 00:10:43,663 공황장애로 힘들어하던 어느 날 198 00:10:43,663 --> 00:10:48,052 저는 회계사로 일하고 있는 대학 친구 태환이를 찾아갔습니다 199 00:10:48,082 --> 00:10:52,082 제 꼬임에 빠져서 30대 초반에 DMS 이직을 했다가 200 00:10:52,087 --> 00:10:55,362 30대 중반의 나이에 사무실을 개업했는데요 201 00:10:55,519 --> 00:10:56,353 6개월 동안 202 00:10:56,353 --> 00:11:00,724 집에 100만 원도 가져다주지 못한 어려운 시절을 겪기도 했습니다 203 00:11:00,905 --> 00:11:04,528 근데 5년 만에 다시 만난 태환이는 저에게 204 00:11:04,768 --> 00:11:07,535 자기 지금 수입의 절반 이상이 205 00:11:07,569 --> 00:11:12,909 DMS 시절에 알게 된 분들이 소개해 준 거래처로부터 나온다고 했습니다 206 00:11:13,151 --> 00:11:14,489 그러면서 태환이가 207 00:11:14,489 --> 00:11:21,151 "주호야 살아보니까 과거가 미래에서 다시 써지더라" 208 00:11:22,579 --> 00:11:25,471 자기 처지를 원망하고 한탄하기 보다 209 00:11:25,471 --> 00:11:28,188 지금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과거의 시간이 210 00:11:28,188 --> 00:11:30,920 재해석될 수도 있다는 친구의 말 한마디에 211 00:11:30,920 --> 00:11:34,060 저는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212 00:11:35,293 --> 00:11:37,293 그런 마음 앓이의 시간들이 지나고 213 00:11:37,293 --> 00:11:40,176 지금의 고운 세상으로 이직을 했습니다 214 00:11:40,726 --> 00:11:43,404 출근 첫날 예전 같으면 보이지 않았을 215 00:11:43,404 --> 00:11:46,119 직원들의 낡은 의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216 00:11:46,172 --> 00:11:48,100 몇 년 전에 회사에 왔을 때 217 00:11:48,100 --> 00:11:52,056 썼던 낡은 중고 의자를 그대로 직원들이 쓰고 있더라고요 218 00:11:52,073 --> 00:11:54,543 저를 포함한 임원들의 연봉을 동결하고 219 00:11:54,543 --> 00:11:57,576 그 돈으로 직원들의 의자를 바꿔줬습니다 220 00:11:57,766 --> 00:12:01,740 회사에서 예전 나처럼 소외된 직원들은 없는지 살폈습니다 221 00:12:01,740 --> 00:12:03,891 사무실을 돌면서 222 00:12:03,891 --> 00:12:07,893 직원들의 얼굴을 살피는 일이 하루의 저의 일과가 되었습니다 223 00:12:08,456 --> 00:12:12,456 얼마 전에는 한 청년이 저에게 링크드인 일촌 신청을 했는데요 224 00:12:12,456 --> 00:12:14,943 알고 봤더니 저희 직원의 남자 친구였습니다 225 00:12:14,943 --> 00:12:17,577 여자 친구가 하도 대표님 얘기를 많이 해서 226 00:12:17,617 --> 00:12:21,324 그래서 저에게 일촌 신청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227 00:12:21,812 --> 00:12:25,009 성과급도 잘한 부서 한 부서만 주는 게 아니고 228 00:12:25,009 --> 00:12:28,925 어떤 부서에서 성과가 잘 나서 전체 회사 성과가 달성하면 229 00:12:28,925 --> 00:12:30,273 다 같이 받는 구조로 230 00:12:30,321 --> 00:12:33,198 혼자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동료를 도우면서 협력하는 231 00:12:33,293 --> 00:12:36,384 그런 직원들이 우대받는 회사로 만들었습니다 232 00:12:36,404 --> 00:12:39,576 제가 부임했던 2014년에 233 00:12:39,576 --> 00:12:41,499 매출 100억도 못 하던 회사가 234 00:12:41,499 --> 00:12:44,255 이제 매출 2천억 원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235 00:12:44,340 --> 00:12:46,995 [박수] 236 00:12:48,162 --> 00:12:50,872 그리고 3년 연속 직원들에게 237 00:12:50,872 --> 00:12:53,998 연봉의 50% 보너스를 주는 회사가 되었습니다 238 00:12:56,124 --> 00:12:58,489 제가 링크드인의 글을 쓰면서 239 00:12:58,929 --> 00:13:02,336 13년 동안 내면의 변화를 경험했는지 240 00:13:02,336 --> 00:13:04,498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게 됐습니다 241 00:13:04,498 --> 00:13:05,668 공장에 내려가서 242 00:13:05,698 --> 00:13:09,905 한밤중에 화장실 가다가 스마트폰 불빛에 넘어질 뻔한 순간에 243 00:13:09,925 --> 00:13:14,165 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빛나게 비춰야 내가 빛날 수 있구나 244 00:13:14,165 --> 00:13:17,575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거를 깨달은 순간에 245 00:13:17,660 --> 00:13:20,176 제가 제 인생의 주인이 될 수 있었고요 246 00:13:20,216 --> 00:13:23,815 휴대폰 케이스 코팅하는 그 라인에서 일을 하면서 247 00:13:23,835 --> 00:13:26,155 제가 인생의 바닥이라고 생각한 그곳에도 248 00:13:26,155 --> 00:13:28,500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됐고요 249 00:13:28,500 --> 00:13:31,769 그들도 꿈 있고 욕망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250 00:13:31,889 --> 00:13:34,790 하루에 다섯 시간씩 만 3년을 출퇴근하면서 251 00:13:34,790 --> 00:13:38,254 읽은 책들을 통해서 제 내면의 상처들을 돌아볼 수 있었고 252 00:13:38,254 --> 00:13:41,965 저를 채우던 에고와 자의식을 비워낼 수 있었습니다 253 00:13:42,105 --> 00:13:44,738 그러고 나니까 다른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254 00:13:44,738 --> 00:13:47,349 세상에서 가장 못난 존재가 돼 보니까 255 00:13:47,399 --> 00:13:50,682 소외된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256 00:13:50,854 --> 00:13:52,567 고난이 백투백으로 오더라고요 257 00:13:52,567 --> 00:13:54,345 한 번에 오는 게 아니고 계속 연타석으로 258 00:13:54,345 --> 00:13:57,927 그래서 인생의 바닥 1층도 아니고 지하 3층까지 259 00:13:57,927 --> 00:14:01,967 근데 그 시간이 없다면 오늘의 저는 없었을 것 같아요 260 00:14:02,007 --> 00:14:03,997 그 고난의 시절에 261 00:14:04,087 --> 00:14:07,532 저는 다른 사람의 고통에 공감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됐고요 262 00:14:07,642 --> 00:14:09,642 그래서 고운 세상에 와서도 263 00:14:09,642 --> 00:14:13,482 직원들과 함께 일하면서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서 264 00:14:13,482 --> 00:14:15,783 일하자는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265 00:14:16,073 --> 00:14:20,853 어느 날 만난 대학 친구 태환이가 저에게 들려준 말을 266 00:14:20,853 --> 00:14:23,579 저는 오늘 여러분에게 들려 드리고 싶습니다 267 00:14:23,581 --> 00:14:27,371 여러분 과거는 미래에 의해 다시 쓰입니다 268 00:14:27,459 --> 00:14:30,679 여러분은 지금 과거에 갇혀 계시는가요 269 00:14:30,679 --> 00:14:32,997 미래를 향해서 나아가고 계시는가요? 270 00:14:32,997 --> 00:14:38,030 여러분의 과거는 여러분에 의해 다시 쓰일 수 있습니다 271 00:14:38,583 --> 00:14:42,419 여러분이 지금 얼마나 깊은 고난 속에 있던지 272 00:14:42,486 --> 00:14:47,122 저는 여러분이 그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빠져나와서 273 00:14:47,122 --> 00:14:53,274 저처럼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274 00:14:53,384 --> 00:14:57,094 우리에게는 가족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275 00:14:57,094 --> 00:15:01,174 더 큰 성공을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276 00:15:02,430 --> 00:15:04,490 제 이야기를 들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277 00:15:04,490 --> 00:15:07,922 이 이야기를 듣고 변화가 이루어지셨다면 278 00:15:07,922 --> 00:15:10,432 꼭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279 00:15:10,432 --> 00:15:11,618 감사합니다 280 00:15:11,688 --> 00:15:13,428 [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