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으로 숫자를 얼마까지 셀 수 있을까요? 아주 쉬운 질문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손가락을 열 개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더 정확히 말하면 엄지 두 개와 손가락 여덟 개가 있습니다. 두 손을 합치면 손가락이 총 열 개고 이를 이용해 10까지 숫자를 세죠. 그래서 현대에 사용되는 열 개의 숫자(digit)와 손가락(digit)은 같은 단어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게 수를 세는 유일한 방법은 아닙니다. 한 손으로 숫자를 12까지 세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각 손가락은 세 영역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엄지로 각자를 가리킬 수 있죠. 이렇게 하면 쉽게 한 손으로 숫자를 12까지 셀 수 있습니다. 더 큰 숫자를 세고 싶다면 숫자가 12를 넘을 때마다 다른 손 손가락을 하나씩 이용하면 됩니다. 12를 다섯 번 세면, 60이죠. 두 번째 손도 첫 번째 손처럼 사용하면 12 곱하기 12, 144까지 셀 수 있습니다. 굉장히 큰 발전이죠. 손의 다른 부분을 이용해서 더 큰 숫자를 셀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각 손가락에는 주름도 세 개씩 있습니다. 셀 만한 것이 여섯 개 있는 것이죠. 그럼 한 손으로 24까지 셀 수 있게 되고 한 손을 더 써 24를 24번 셀 수 있으니까 총 576까지 셀 수 있습니다. 더 큰 수도 될까요? 손에서 정확하게 셀 수 있는 부분은 더 남지 않은 것 같으니 좀 다른 것을 생각해 봅시다. 가장 위대한 수학적 발명 중 하나는 위치 기수법입니다. 숫자를 다른 자리에 써서 다른 값을 나타내는 방법이죠. 999를 예로 들면 똑같은 숫자가 세 번 쓰였지만 각 위치는 10배씩 다른 수를 의미합니다. 손가락으로도 이 위치별 값을 이용해 더 큰 숫자를 셀 수 있습니다. 손가락의 주름은 잠시 잊고 각 손가락이 두 경우의 수를 가졌던 처음의 상황을 떠올려 봅시다. 펴고 쥐는 거죠. 10의 지수를 표현할 순 없지만 2의 지수를 사용하는 수 체계에 매우 적합합니다. 이진법 말이죠. 이진법에서는, 숫자들이 자리 별로 2배씩 다른 값을 가집니다. 각 손가락이 서로 다른 수, 1부터 2 4 8 512까지를 나타낸다고 하면 특정 값보다 작은 어떠한 자연수도 이들의 합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숫자 7은 4 더하기 2 더하기 1이죠. 각 수에 해당하는 손가락 세 개만 펴면 7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다른 예로 숫자 250은 128+64+32+16+8+2입니다. 이렇게 셀 수 있는 가장 큰 수는? 열 손가락을 전부 폈을 때의 수, 1023입니다. 그것보다도 큰 수를 셀 수 있을까요? 얼마나 손재주가 있느냐에 따라 다르죠. 손가락을 반만 접을 수도 있다면, 각 손가락은 세 가지 상태를 가집니다. 접거나 반만 접거나 편 상태죠. 이제, 삼진법 체계를 이용해서 59,048까지 셀 수 있게 됩니다. 만약 손가락을 네 가지 이상의 다른 상태로 접을 수 있으면 더 큰 숫자를 셀 수 있습니다. 그 한계는 여러분과 손가락의 창의적 능력에 달려있는 셈이죠. 손가락이 두 가지 상태만 나타냈던 경우도 충분히 효율적인 방법이긴 합니다. 사실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가 같은 원리로 동작하고 있거든요. 컴퓨터의 칩은 아주 작은 스위치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자는 켜지거나 꺼질 수 있습니다. 이것도 역시 이진법으로 숫자를 표현하기 때문에 우리가 단 열 개의 손가락으로 천이 넘는 숫자를 셀 수 있었듯이 컴퓨터가 수 십억 개가 넘는 연산을 1과 0을 세는 것만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