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6.480,0:00:10.250
버튼 한 번만 누르면[br]언제든 지구상에서

0:00:10.250,0:00:14.513
우리 모두가 없어질 수도 있는 세상을

0:00:14.513,0:00:17.208
상상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0:00:17.208,0:00:21.118
이건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br]45년 간의 냉전시대 동안

0:00:21.118,0:00:23.343
수 백만 명의 사람들이 직면한

0:00:23.343,0:00:25.125
현실이었습니다.

0:00:25.125,0:00:28.974
이 시기에 전세계에 걸쳐 대립한[br]미국과 소련은 서로가

0:00:28.974,0:00:33.943
지구를 파괴할 수 있는 핵무기를[br]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0:00:33.943,0:00:37.366
두 나라의 긴장 상태는[br]쿠바 미사일 위기가 닥친 13일 동안

0:00:37.366,0:00:40.215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0:00:40.215,0:00:46.586
1961년, 미국은 쿠바에 새로 들어선[br]공산정부를 무너뜨리는 데에 실패했습니다.

0:00:46.586,0:00:49.704
피그만 침공으로 불리는 [br]이 쿠데타는 수포로 돌아갔고

0:00:49.704,0:00:53.475
위협을 느낀 쿠바는 소련에게[br]지원을 요청했습니다.

0:00:53.495,0:00:57.047
당시 소련 총리였던 니키타 흐루시초프는

0:00:57.067,0:01:01.705
기꺼이 비밀리에 쿠바에[br]핵미사일을 배치했습니다.

0:01:01.705,0:01:04.424
쿠바를 보호하고

0:01:04.424,0:01:07.445
이탈리아와 터키에 배치된 미국 미사일의[br]위협에 대항하기 위해서였죠.

0:01:07.445,0:01:10.165
미 정보국이 뒤늦게 [br]이 계획을 눈치챘을 때는

0:01:10.165,0:01:14.086
이미 미사일 제조를 위한 소련과 쿠바의[br]준비가 끝나 있었습니다.

0:01:14.086,0:01:17.985
1962년 8월 16일 개최된 [br]미국의 긴급 정부 회의에서

0:01:17.985,0:01:21.405
군사 전문가들은 쿠바 내[br]미사일이 배치된 지역의 공습과

0:01:21.405,0:01:24.036
내륙 침공을 주장했습니다.

0:01:24.036,0:01:27.495
하지만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은[br]더 신중하게 대처하기로 결정합니다.

0:01:27.495,0:01:30.546
10월 22일, 케네디 대통령은[br]쿠바로 향하는 모든 선박들을

0:01:30.546,0:01:33.995
미 해군이 차단할 것이라고 공표했습니다.

0:01:33.995,0:01:35.427
하지만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0:01:35.427,0:01:39.436
해상봉쇄는 전쟁을 선포하는 [br]행위로 여겨졌었습니다.

0:01:39.436,0:01:41.986
비록 미 대통령이 이 해상봉쇄 조치가

0:01:41.986,0:01:44.167
생필품 수송은 막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0:01:44.167,0:01:47.517
소련은 미국의 주장을[br]인정하지 않았습니다.

0:01:47.517,0:01:50.298
흐루시초프 총리는 케네디에게[br]분노에 가득 찬 편지를 보냈습니다.

0:01:50.298,0:01:55.017
"공해와 공역을 이용할[br]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0:01:55.017,0:01:59.097
전 인류를 핵미사일 전쟁의[br]나락으로 몰아넣는

0:01:59.097,0:02:02.637
엄연한 침략 행위"라고요.

0:02:02.637,0:02:07.217
이 사태로 6일 동안 긴장 상태가[br]냉전기간 중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0:02:07.217,0:02:09.646
미국은 쿠바에 배치된 미사일을[br]철수시킬 것을 요구했지만

0:02:09.646,0:02:13.887
쿠바와 소련은 방어만을 위한[br]조치라고 주장했습니다.

0:02:13.887,0:02:16.758
계속해서 무기가 늘어나자

0:02:16.758,0:02:20.178
미국은 일어날지도 모르는[br]전쟁을 준비했습니다.

0:02:20.178,0:02:24.438
10월 27일, 루돌프 앤더슨 소령이[br]몰던 정찰비행기가

0:02:24.438,0:02:27.299
소련의 미사일에 격침되는[br]사건이 발생했습니다.

0:02:27.299,0:02:30.687
공교롭게도 같은 날에, 미 해군함이[br]수면 위로 올라오라는 신호로 쏜

0:02:30.687,0:02:36.978
소형수중폭탄에[br]소련의 핵잠수함이 맞게 됩니다.

0:02:36.978,0:02:40.308
깊은 바다에 있어 지상과 교신할 수[br]없었던 잠수함 지휘관들은

0:02:40.308,0:02:45.759
전쟁이 시작됐다고 생각하여[br]핵 어뢰 발사를 준비했습니다.

0:02:45.759,0:02:49.698
발사를 결정하려면 세 지휘관이[br]만장일치로 동의해야 하는데

0:02:49.698,0:02:53.578
함장과 행정관은 모두 찬성했지만

0:02:53.578,0:02:58.069
바실리 아르키포프 부함장은[br]반대했습니다.

0:02:58.069,0:03:01.771
부함장의 판단은 그 날은 물론 [br]세계를 구했습니다.

0:03:01.771,0:03:03.950
하지만 위기는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0:03:03.950,0:03:05.610
역사상 처음으로

0:03:05.610,0:03:08.903
미군은 방어준비태세를[br]

0:03:08.903,0:03:12.839
핵전쟁준비의 직전 단계인[br]데프콘 2로 설정하게 됩니다.

0:03:12.839,0:03:15.230
수백 개의 핵미사일이 발사 준비되어

0:03:15.230,0:03:20.199
세계 멸망의 시간이 코 앞으로[br]다가온 듯 했습니다.

0:03:20.199,0:03:22.278
그러나 외교활동은 계속됐습니다.

0:03:22.278,0:03:25.363
워싱턴D.C에서[br]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과

0:03:25.363,0:03:29.859
소련 대사인 아나톨리 도브리닌이[br]비밀리에 회동을 했습니다

0:03:29.859,0:03:33.720
치열한 협상과정 끝에[br]양국은 합의에 다다랐습니다.

0:03:33.720,0:03:36.839
미국은 터키, 이탈리아에[br]배치한 미사일을 회수하고

0:03:36.839,0:03:38.900
쿠바를 다시는 침공하지[br]않기로 약속했습니다.

0:03:38.900,0:03:43.649
UN 감시 하에 소련이 쿠바에서[br]철수하는 대가로요.

0:03:43.649,0:03:45.637
회담이 끝나자

0:03:45.637,0:03:49.322
도브리닌 소련 대사는 모스크바에[br]시간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며

0:03:49.322,0:03:51.450
기회를 놓쳐선 안된다고[br]전보를 보냈습니다.

0:03:51.450,0:03:53.139
다음날 오전 9시에

0:03:53.139,0:03:54.870
쿠바에서 소련 미사일을 철수한다는

0:03:54.870,0:03:58.851
흐루시초프의 전갈이 도착했고

0:03:58.851,0:04:01.240
위기는 드디어 끝났습니다.

0:04:01.240,0:04:04.107
당시에 적국과 거래를 한 것에 대해

0:04:04.107,0:04:06.121
각국 정부에게 비판도 받았지만

0:04:06.121,0:04:09.429
현대의 역사적 분석은[br]케네디와 흐루시초프가 위기를

0:04:09.429,0:04:14.051
외교로 해결한 것에[br]큰 존경을 표하고 있습니다.

0:04:14.051,0:04:17.251
이 일의 불편한 교훈은 사소한[br]소통 오류나 지휘관의 순간적인 결정이

0:04:17.251,0:04:21.901
모든 노력을 수포로[br]만들었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0:04:21.901,0:04:27.360
바실리 부함장의 용감한 선택이[br]아니었으면 그렇게 됐을 뻔 했죠.

0:04:27.360,0:04:31.311
쿠바 미사일 위기는 [br]인간이 가진 무시무시한 힘에 비해

0:04:31.321,0:04:35.321
정치가 얼마나 취약한지[br]드러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