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VTT 00:00:06.827 --> 00:00:10.949 1956년, 모스크바 외교단 환영식에서 00:00:10.949 --> 00:00:15.475 소련 지도자 니키타 흐루시초프는 서구 연합 대사들에게 이렇게 말했죠. 00:00:15.475 --> 00:00:17.468 "My vas pokhoronim!" 00:00:17.468 --> 00:00:21.041 옆에 있던 통역사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통역했습니다. 00:00:21.041 --> 00:00:23.483 "당신들을 묻어버리겠어!" 00:00:23.483 --> 00:00:26.535 이것이 서구 세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00:00:26.535 --> 00:00:29.671 한창 냉전 중이던 소비에트 연방과 00:00:29.671 --> 00:00:32.471 미국 간의 긴장이 고조됐습니다. 00:00:32.471 --> 00:00:38.101 이걸 계기로 서구와 동구권의 관계가 10년은 퇴보했다고 보는 이들도 있죠. 00:00:38.101 --> 00:00:43.690 그런데 알고 보니 통역사가 너무 직역을 했던 겁니다. 00:00:43.690 --> 00:00:46.862 문맥을 고려해서 다음과 같이 통역하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00:00:46.862 --> 00:00:49.601 "당신들이 파묻힐 때까지 살아서 지켜보겠다." 00:00:49.601 --> 00:00:53.006 즉, 공산주의가 자본주의보다 더 오래 살아남을 거란 뜻인데요 00:00:53.006 --> 00:00:55.255 이게 좀 덜 위협적인 표현이죠. 00:00:55.255 --> 00:00:57.891 결국 그 말에 담긴 진짜 의도가 뭔지는 밝혀졌지만 00:00:57.891 --> 00:01:00.824 처음에 통역된 문장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켜 00:01:00.824 --> 00:01:05.973 하마터면 전 세계가 핵전쟁에 휘말릴 뻔했습니다. 00:01:05.973 --> 00:01:10.046 언어의 복합성과 문화 교류 측면을 고려할 때 00:01:10.046 --> 00:01:14.076 이런 현상이 매번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과연 뭘까요? 00:01:14.076 --> 00:01:18.387 언어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통역사들이 받는 훈련과 00:01:18.387 --> 00:01:21.326 그분들이 발휘하는 언어 구사 능력 때문이겠죠. 00:01:21.326 --> 00:01:25.270 역사적으로 볼 때 대체로 순차 통역이 대세를 이뤘습니다. 00:01:25.270 --> 00:01:30.441 화자와 통역사가 틈틈이 쉬어가면서 서로 말할 기회를 줬던 겁니다. 00:01:30.441 --> 00:01:33.069 하지만 무선 기술이 등장하면서 00:01:33.069 --> 00:01:38.698 세계 2차대전 이후 동시통역이 성행하기 시작했습니다. 00:01:38.698 --> 00:01:40.608 동시통역 모드에서는 00:01:40.608 --> 00:01:44.071 화자가 말하는 내용을 통역사가 00:01:44.071 --> 00:01:46.822 마이크를 통해 즉각적으로 통역합니다. 00:01:46.822 --> 00:01:50.106 중간에 정지할 필요 없이 청자는 자신이 원하는 언어를 선택해 00:01:50.106 --> 00:01:52.295 바로 통역 내용을 들을 수 있죠. 00:01:52.295 --> 00:01:54.727 겉으로는 이 과정이 막힘 없어 보이지만 00:01:54.727 --> 00:01:56.256 보이지 않는 곳에서 00:01:56.256 --> 00:01:58.480 통역사들이 쉴 새 없이 고군분투하며 00:01:58.480 --> 00:02:02.260 의도된 내용이 모두 전달되도록 통역하기에 여념이 없는데 00:02:02.260 --> 00:02:04.068 이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00:02:04.068 --> 00:02:09.578 두 개 언어에 능통한 전문가들도 2년간의 훈련을 받으면서 00:02:09.578 --> 00:02:13.472 더 많은 어휘를 숙지하고 필요한 기술을 습득해야 하거든요. 00:02:13.472 --> 00:02:16.672 그래야 각종 회담 자리에서 통역을 할 수 있으니까요. 00:02:16.672 --> 00:02:21.110 학생들은 들으면서 동시에 통역해야 하는 부자연스러운 상황에 익숙해지려고 00:02:21.110 --> 00:02:22.603 화자의 말을 따라 합니다. 00:02:22.603 --> 00:02:27.149 화자가 사용하는 언어로 들리는 말을 똑같이 되풀이하는 거죠. 00:02:27.149 --> 00:02:30.616 시간이 지나면 의역도 가능해져 00:02:30.616 --> 00:02:33.646 말하면서 표현을 적절히 수정할 수 있게 됩니다. 00:02:33.646 --> 00:02:36.665 그러다가 제2의 언어를 사용하는 겁니다. 00:02:36.665 --> 00:02:41.510 이런 식으로 연습하면 뇌에 새로운 신경 경로가 형성됩니다. 00:02:41.510 --> 00:02:46.325 그러면서 표현을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말하는 능력을 자연히 습득하게 되죠. 00:02:46.325 --> 00:02:49.167 통역사들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00:02:49.167 --> 00:02:53.981 말하는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00:02:53.981 --> 00:02:55.912 어려운 단어를 처리하는 방법은 물론 00:02:55.912 --> 00:02:59.286 각종 억양에 익숙해지는 방법까지 터득합니다. 00:02:59.286 --> 00:03:02.511 긴 이름을 표현하려고 약자를 사용하기도 하고 00:03:02.511 --> 00:03:05.074 특정 단어가 아닌 일반적인 표현을 쓰거나 00:03:05.074 --> 00:03:08.446 각종 시각 자료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00:03:08.446 --> 00:03:11.395 어떤 단어는 일단 생략해서 00:03:11.395 --> 00:03:14.670 보다 정확한 표현을 찾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죠. 00:03:14.670 --> 00:03:19.388 통역사들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침착한 태도를 유지합니다. 00:03:19.388 --> 00:03:23.754 통역하는 곳에서 누가 어떤 말을 하게 될지 알 수 없을뿐더러 00:03:23.754 --> 00:03:26.666 화자가 얼마나 정확한 표현을 할지도 예측하기 어렵거든요. 00:03:26.666 --> 00:03:29.322 즉, 언제든 변화구가 날아올 수 있단 얘기죠. 00:03:29.322 --> 00:03:32.109 수천 명이 있는 자리에서 통역하는 경우도 있고 00:03:32.109 --> 00:03:34.222 유엔 총회처럼 압박감이 큰 곳에서 00:03:34.222 --> 00:03:36.881 통역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00:03:36.881 --> 00:03:38.572 이런 상황에서 침착하기 위해 00:03:38.572 --> 00:03:40.924 사전에 면밀히 준비를 합니다. 00:03:40.924 --> 00:03:43.166 미리 용어집도 만들고 00:03:43.166 --> 00:03:45.354 관련 주제에 관한 자료를 탐독하며 00:03:45.354 --> 00:03:48.474 예전에 개최됐던 회담 내용도 숙지하죠. 00:03:48.474 --> 00:03:51.417 그리고 통역사들은 2인 1조로 일을 합니다. 00:03:51.417 --> 00:03:55.940 한 명이 실시간으로 동시통역을 하는 동안 00:03:55.940 --> 00:03:58.973 나머지 한 명은 문서를 찾고 00:03:58.973 --> 00:04:00.440 적절한 단어를 선별하면서 00:04:00.440 --> 00:04:03.163 관련 정보를 검색하죠. 00:04:03.163 --> 00:04:07.263 동시통역을 할 때는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00:04:07.263 --> 00:04:10.665 2명의 통역사가 30분마다 역할을 바꿉니다. 00:04:10.665 --> 00:04:14.769 얼마나 능숙하게 협력하느냐에 따라 그날의 성공이 좌우됩니다. 00:04:14.769 --> 00:04:17.459 언어란 복잡한 것이어서 00:04:17.459 --> 00:04:22.041 추상적인 표현이나 미묘한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00:04:22.041 --> 00:04:24.571 아주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00:04:24.571 --> 00:04:31.105 마거릿 앳우드가 이런 명언을 남겼죠. "언어가 패하면 전쟁이 일어난다." 00:04:31.105 --> 00:04:34.643 각종 회담에서 일하는 통역사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00:04:34.643 --> 00:04:39.046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뒤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