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에겐 제가 진짜처럼 보이나요?
그러길 바랄게요.
여러분이 이걸 보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냥 앞을보며
거기에 있다고 믿을게요.
제 앞의 모래에 반원을 그려 놓았어요
그래야 제가 그걸 지나쳐서
공중에 떠있는 것 같지 않을테니까요.
지금 저는 야외에서
해변의 야자수 아래에 서 있는데요.
이곳은 여러분들의
무대가 있던 바로 그곳이에요.
저에게 주어진 시간은 12분입니다.
제가 시간제한을 두었죠.
제 부인인 나비드가
무한한 가능성은 창조자의
가장 큰 적이라고 말했었죠.
이 옷을 예로 들면요,
저는 그녀에게
23세기 카이로에서 성직자가
입었음직 한 옷을 부탁했어요.
그러나 우리가 가진 시간은
삼 일 뿐이었고
갖고 있는 천이라고는
다른 사람이 두고 간
낡은 이불보 하나 뿐이었어요.
그러나 그녀는 해냈고
이 옷은 완벽해요.
그녀가 이 옷을 보며 말했죠.
"창조에는 제한이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했어." 라고요.
자 그래서 이 12분 안에
저는 저의 가장 위대한
발견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게요.
저는 평생 영생에 집착했습니다.
여러분들도 그러시겠지요.
여러분의 조사가 성과가
있을거라고 좋아하실 겁니다.
저는 318살 입니다.
현재 인간의 평균 수명은
432살입니다.
저는 인간 수명을
무한히 연장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언젠가 우리가
만족할 만한 지점에 이를 것을
저는 의심해 본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는 계속 생겨납니다.
우리가 더 오래 살수록,
그보다 더 오래 살고 싶어하며
죽는 것을 더 원치 않게 됩니다.
누가 우리를 비난할 수 있을까요?
이 우주는 너무나 커서
봐도 봐도 끝이 없습니다.
바로 어제
저는 유로파(목성의 위성)에서 출발해서
보트로 행성의 이 섬, 저 섬을
어떻게 돌아다니는지에 대한
책을 읽고 있었는데요.
그 중 어떤 섬에는 여러분이 머물며
목성의 그늘 아래에서
잠들 수 있는 마을이 있습니다.
또 어떤 섬에서는 사람이
작곡가 한 명 뿐인데
바다를 향해 만돌린을 연주하고 있지요.
또 다른 섬에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으며
아무도 가본 적 없는 섬도 있어서
아무도 밟아본 적 없는 모래를
처음으로 밟는 즐거움을 느끼려
여행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렇게 400년을
살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달이 북동쪽에서 떠오르고 있네요.
제 육안으로 달의 도시들이 보이는군요.
마치 신경조직 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네요.
남극에 있는 마리아폴리스,
적도에 있는 라마찬트란
고요의 바다 안에 있는 뉴테헤란.
저는 바로 거기서 나비드와 만났어요.
우리 둘은 시내의 예술가였어요.
우리가 처음 만난 날,
아자디 광장을 지나가다가
서로 어깨를 부딪혔죠.
그래서 전 사과를 하려고 돌아섰는데
그녀는 인사나 소개같은 말도 없이 대뜸
"왜 우리가 서로를 통과해서
지나가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라고 했어요.
저는 처음에는 "넌 대체 누구야?"
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그 질문이 신경쓰였어요.
왜냐하면 그 답은 너무 쉬웠거든요.
그래서 저는 "우리가 서로를 통과해서
지나치지 않은 이유는
소립자들은 형체가 있기 때문이고
소립자 사이의 공간은
결합에너지로 채워져 있는데
이 에너지에도 질량이 있기 때문인데
우리는 이걸 800년 전부터
알고 있잖아요.
아마 그녀는 그 때
낯선 사람을 좀 놀려보고 싶었거나
아니면 저를 꼬드기려
그랬을 수도 있고요.
왜냐면 그녀가 저를 보며
"당신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요.
더 생각해봐요." 라고 말했거든요.
그러더니 그녀는 차고있던 벨트를 벗고
지금 제가 차고 있는 이 벨트요.
저에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우리 우주는 입자들에 질량이
있도록 만들어졌어요."
그런 기초적인 제한이 없으면
우리는 빛의 속도로 서로의 몸을
관통하며 지나쳐갔을 것이고
그걸 알아채지도 못했을 거예요.
이렇게 우리의 로맨스가 시작됐습니다.
나비드와 저는
한번도 얘깃거리가
떨어져 본 적이 없었어요.
단 한번도요.
놀라운 일이지요.
마치, 우리 둘 다
산을 함께 오르는 영웅들인데
계속해서 새로운 풍경을 접하고
그 풍경들을 묘사하는
새롭고도 완벽한 단어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았어요.
우리가 만들어 내는 즉시
그 단어들을 잊어버리고
우리의 어깨 너머로 던져버리고는
다음 장소로 계속 가는 것 같았고요.
한번은, 나비드가 우리의 대화는 마치
항상 빵을 만드는 것 같다고 했었죠.
언제나 밀가루를 조금 더 넣고
물을 더 붓고
반죽을 접어 뒤집지만
절대 굽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에요.
제가 영원한 삶에 대해 집착했다면,
나비드는 접촉에 대해 집착했어요.
접촉에 있어서 그녀는 천재였죠.
그녀의 모든 일은 접촉과 관련있었어요.
제 몸은 그녀에게 캔버스였고
제 얼굴에 손끝을 대고
제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천천히
그림을 그렸어요.
그녀는 서로의 몸의 경계가 무너지는
바로 그 순간을 좋아했어요.
때때로 제 몸 위에 누워
어깨를 저에게 파묻곤
"필라, 이게 왜 이리 좋은 걸까?"
라고 하면
저는 "모르지!" 라고 했죠.
그녀는 항상 까불거리며 묻고는
까불거리며 스스로 대답하곤 했지만
제가 지금 기억하는 대답은
"느낌이 좋은 이유는 말이야,
이 우주는 스스로 제한을 택했고
우리는 우주의 작품들 이거든."
상상한 미래와 실제로 나타나는 일을
비교하는 건 항상 재미있어요.
당신들이 살고있는 시대의
과학자들은 인간을 냉동시켜서
미래에 깨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했으나
그 후 다 죽었지요.
당신이 살고 있는 시대의 과학자들은
인간의 장기를 대체해서
수명을 수백 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걸 해냈지만
어쨌든 결국엔 죽었어요.
여러분의 시대에 지구는
인간이 사는 유일한 곳이지만
내가 사는 시대에서의 지구는
사람들이 죽음을 맞으러 오는 곳이에요.
그래서 나비드가 죽음의 징후들을
보이기 시작했을 때
우리의 친구들은 제가 다른 이들이
하는대로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바로 작별인사를 건네고
그녀를 지구로 돌려보내서
아무도 그녀를 지켜보거나
그녀의 주위에 있거나
그녀에 대해 생각하거나
아니면 그녀가 삶을 지속하지
못하는걸 볼 필요가 없게 하는거요.
무엇보다도
그들은 그녀의 육체 옆에
있는 걸 원치 않았어요.
그들은 그녀의 육체가 "쇠퇴한다"는
말을 계속 썼어요.
의지와 상관없이
하루하루 자연의 섭리에 따라 일어나는
자신의 변화에,
그녀는 정작 매료되었는데도요.
저는 나비드를 지구로 보냈고
저도 그녀와 함께 갔어요.
우리가 떠나기 직전에
저희 친구 하나가 한 말이 떠올라요.
"내 생각엔, 기존 규칙을 따르지 않고
마치 너희 둘의 사랑만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건 좀 오만한거 같아"
그래도 전 그렇게 했어요.
그리고 이 곳 지구에서도
저는 어떻게 생명을 연장할 수
있을지 연구해 왔어요.
다른 방법은 떠오르지도 않더군요.
저는 아자디 광장에서 나비드를 만난 날,
그녀가 제게 말했던 걸
계속 되뇌어 봤어요.
이 우주는 물질에 질량을 부여했다는
그 기본 제한이 없으면
우리는 존재할 수 없을 거예요.
그게 하나의 규칙이죠.
또 다른 규칙은 모든 질량은
엔트로피의 법칙을 따른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 우주의 어떤 것도
질량없이 존재할 수는 없어요.
저는 이것을 확신해요.
제가 다 해봤거든요.
힉스장이 변형된 광자상자도 만들어 봤고
제 몸의 아원자 입자들의
움직임을 모두 녹화해서
그걸 폐쇄된 고리에서
반복해 보기도 했어요.
아무것도 성공하지 못했어요.
저의 마지막 시도는
육체의 경계를 이용해
시간이 무한히 느리게 흐르는
코일 차원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그 코일 차원이 투영된것은
정상적인 시간으로 나타나게 하고요.
그러면 우리 우주에서
그게 홀로그램으로 보이지요.
이곳에 있지만 없는 거예요.
제가 마침내 해낸 걸 알았을 때
그녀의 방으로 달려갔고
제가 해냈다고 말할 생각에 행복했어요.
사람들이 보기에
자연스럽게 공간을 가로질렀어요.
심지어 제가 보기에도 말이에요.
그렇게 그녀 옆에 누우러 갔는데
깜빡하고는 그녀를 통과해서
떨어져버렸어요.
영생을 사는 방법을 찾았지만
나비드가 가장 사랑한 한 가지
즉, 서로 접촉하는
기쁨을 잃게 된거죠.
그녀는 저를 거부했어요.
나비드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죠.
현재 인간은 400년을 살아요.
그리고 죽어요.
죽음이 다가오면
죽음을 맞는 사람들은
여전히 침대보를 만지며
팔 안쪽에서부터 검푸른 죽음꽃이 생기고
호흡은 점점 느려지고
잠드는 것과 같은 상태가 됩니다.
저는 항상 삶을 의미있게 하는건
모험이라고 생각해왔어요.
그리고 죽음은 아직까지
우리가 답을 찾지 못한
하나의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했죠.
단지 끝이 있다는 이유로
삶이 의미가 있다면
아마 그건 앞뒤가 맞지 않는 거겠죠.
제한은 제한시키지 않습니다.
완전한 자유를 주지요.
(한숨)
오늘 아침 이곳엔 천둥을 동반한
폭우가 내렸어요.
오늘 밤에는 또 비가 온다는데요.
아직 하늘은 맑네요.
바람도 불지 않고요.
방금 지나가던 관리인한테
날씨가 어떠냐고 물었더니
녹은 버터처럼 따뜻하다고 하네요.
제 아내가 좋아할만한 대답이네요.
전 제 육체로 되돌아갈
방법을 찾아야 겠어요.
그때까진 여러분이 주신
이 공간에 이렇게 있어야겠네요.